Dialogue in the National Histories

정순일 ”경계를 넘어 미래를 여는 ‘제8회 한일 청소년·대학생 역사대화’ 보고”

2018년 시작된 <한일 청소년·대학생 역사대화>가 올해 8회를 맞았다. 동아시아에서 역사갈등과 ‘국사 체제’ 강화라는 상황을 인식하고, 역사교육의 힘과 역사대화 가능성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일교류 최전선 역할을 해온 한국의 부산과 일본의 대마도라는 ‘경계 지역’에서 현장 답사를 해왔는데, 올해는 후쿠오카에서 탐구형 활동까지 펼쳤다.

 

제8회 역사대화는 사전 세미나, 서울 프로그램, 후쿠오카 프로그램, 사후 세미나로 구성됐다. 5월에는 참가 학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대마도 및 한일교류와 깊은 인연이 있는 교토 겐닌지(建仁寺)의 탑두 료소쿠인(両足院) 이토 도료(伊藤東凌) 스님을 서울로 초청해 좌선 세미나를 열었다. 학생들은 일본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한일교류 역사를 배울 기회를 가졌다. 6월에는 역사대화의 경위와 의의를 학습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했다.

 

8월 초부터는 일본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과 후쿠오카에서 잇달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 프로그램은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교류회,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전시실 공동 견학으로 이뤄졌다. 8월 1일에는 <한일 우정 콘서트> 관람, 캠퍼스 투어, 한일 학생 교류회를 열었고, 다음 날 2일에는 광화문 독도전시실을 방문했다.

 

7~10일 후쿠오카 프로그램에서는 현장 조사와 역사대화가 중심이었다. 고려대 역사교육과 참가자들은 쇼텐지(承天寺)·후쿠오카성·고로칸(鴻臚館)·후쿠오카시 박물관·원구 방루(元寇防塁) 등을 둘러보며 역사적 ‘경계의 장소’가 지닌 의미를 몸으로 느꼈다.

 

8일에는 후쿠오카대학 도서관 다목적홀에서 본 행사를 개최했다. 오전에는 도쿄대 명예교수 미타니 히로시(三谷博) 선생님, 와세다대 류지에(劉傑) 선생님을 초청해 “역사대화의 경험을 듣는다, 경험에서 배운다”라는 주제로 강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참가 학생들에게 학문뿐 아니라 국제적 감각과 역사적 사고를 키우는 귀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5개 소그룹으로 나뉘어 SGRA 러닝 영상 <역사의 대중화와 동아시아 역사학>을 시청한 뒤 토론과 발표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국적의 차이를 넘어 다양한 관점을 교차하며 공공역사의 다층성과 복합성을 탐구했다. 미타니 선생님, 류지에 선생님의 심도 깊은 코멘트는 학생들의 탐구 능력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프로그램 종료 후 학생식당에서 친목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이런 만남과 교류의 장이야말로 ‘역사대화’의 본질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9일은 비 오는 가운데 하코자키구(筥崎宮)·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満宮)·규슈국립박물관 등을 답사하며 이 지역이 가진 교류 거점으로서의 성격을 확인했고, 그 다음 날 귀국길에 올랐다.

 

참가한 한국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같은 세대 친구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고, 새로운 무대에서 도전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일본 학생들과 역사와 일상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일본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 프로그램은 2016년 기타큐슈에서 처음 열린 SGRA의 “한·중·일 국사들의 대화 가능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코멘테이터로 참여했던 나는 “역사학자 간 대화에 그치지 말고 다음 세대를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를 직접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 뒤 와세다대학 고등학원 역사 교사 가키누마 료스케 선생과 협의를 거쳐 2018년 제1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가키누마 선생은 내가 와세다대 대학원에 유학하던 시절부터 교류해온 학문적 동료로, 그때부터 구축되어온 신뢰관계가 지금까지 ‘역사대화’를 지탱해준 토대가 됐다.

 

이번에는 세키구치글로벌연구회(SGRA)와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SGRA는 중요한 파트너로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참가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고려대 역사교육과, 전남대 역사교육과, 와세다대학 고등학원, 도쿄과학대학 도시환경학 코스, 후쿠오카대학 문학부 학생 등 약 50명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며 상호 이해를 다져가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또한 SGRA 회원인 후쿠오카대학 문학부 류충희(柳忠熙) 선생의 헌신적 협력 없이 이번 역사대화의 성공적 개최는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대화’는 단순히 역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관계를 쌓고 이해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이런 만남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 진정한 화해와 공존의 토대가 마련된다고 믿는다. 우리의 대화는 내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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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일 CHONG Soon-il>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2011년도 아츠미 재단 장학생. 전공은 일본 고대사, 동아시아 해역사. 역사교육 및 역사대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08년부터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 유학하였고 2013년 박사(문학)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9세기 내항(來航)신라인과 일본열도』(벤세이출판, 2015), 편저로 『승려와 불교의 동아시아 해역 교류』(경인문화사, 202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