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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유 글로리아”제18회 SGRA카페「한미일의 미술사를 잇는 김병기 화백」 보고”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나, 지난해(2022년) 3월 1일 105세를 일기로 타계한 김병기라는 화가가 있다. 도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1947년 이후 서울에서 교육자이자 평론가로 활약하고 1965년 미국에 건너갔다. 그 뒤 100세(2016년)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국경을 넘어 인생과 경력을 쌓아온 이색적인 화가에 대해 미술사에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18회 SGRA카페 ‘한미일의 미술사를 잇는 김병기 화백’은 그러한 시도의 장이었다. 문제제기, 토론, 질의응답의 3부로 구성된 이번 카페는 세계 각지에서 76명이 시청한 매우 충실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우선 문제제기로, 코워제이 막달레나 씨(도요에이와여학원대 국제사회학부 국제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가 김 화백을 만났던 기억과 취재, 작품 수용과 평가 등을 한반도, 일본, 미국에서 지냈던 김 화백의 인생 에피소드와 함께 생생하게 소개해주었다. 김 화백의 역동적인 추상화를 감상한 뒤, 코저웨이 씨는 발표 후반 화백의 생애와 예술 창작이 어떻게 ‘국사로서의 미술사(national art history)’라는 틀에 도전했는지 지적하고, 그 틀에서 놓치게 되는 난점과 한계,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어서 등단한 한국, 일본, 미국에서 활약하는 3명의 미술사학자에게 바통을 건넸다.

코저웨이 씨의 물음을 이어받아, 토론자로 박혜성 씨(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오무카 토시하루 씨(쓰쿠바대 명예교수), 야마무라 미도리 씨(뉴욕시립대 킹스보로커뮤니티칼리지 조교수)가 등단했다. 박 연구사는 김 화백의 회고전 ‘김병기: 감각의 분할’(한국국립현대미술관, 2014-15년)을 비롯, 20세기 다이나믹한 한국미술사를 소개하고, 그 가운데 다양한 증언과 구술을 제공해 준 김 화백의 중요한 위상을 보여줬다. 김 화백의 생애와 예술 창작은 다양한 경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 경계를 넘으려 노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오무카 교수는 김 화백도 언급한 일본의 ‘아방가르드 서양화 연구소(アヴァン・ガルド洋画研究所)’를 중심으로, 그 멤버와 기관지, 전람회 등을 찾아내, 김 화백의 도쿄 시절과 동시대 일본 모던 미술의 동향, 그리고 우에노의 미술관과 긴자, 신주쿠의 소화랑이 대항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의 무대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야마무라 교수는 미국의 출판물과 전람회를 통해, 현지의 아시아계 미국인 미술사의 전모에 대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수 명의 아티스트와 그 작품을 다루며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틀로 묶어 설명하는 것의 한계, ‘아시아계 미국인’의 다양성, 민족성과 정체성의 복잡한 얽히고 설킨 상황을 소개해줬다.

질의응답에서는 다시금 김 화백과 한국, 일본, 미국 미술사의 교차점을 토론하고, ‘국사’의 틀을 초월하는 미술사의 서술 방식, 동아시아 미술사에서의 공통된 논의, 그리고 미술사 연구 윤리 등에 대한 깊은 토론을 이어가며, 국경을 넘는 미술사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질의응답 뒤, 발표자와 토론자는 미니 온라인 ‘교류회’를 열었다. 각국의 미술사 연구 현장에 대한 근황 보고와 향후 연구 협력 등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카페 당일은 맑은 날씨였다. 실은 이 카페를 기획했을 때 아직 김 화백은 생존해 계셨고, 직접 참가를 요청하려는 방안도 있었다.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번 카페는 김 화백을 추모하는 모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일동시통역이 이뤄졌기에 한국 참가자도 많았고, 카페가 끝난 뒤 다수의 참가자에게 감상과 의견을 받았다. 향후 이러한 형태로 교류가 더 넓게 이뤄졌으면 한다. 이와 같은 교류의 ‘장’을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지원해주신 아쓰미국제교류재단 분들, 기획자 코저웨이 씨, 적극적으로 토론을 심화시켜 주신 토론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린다. 사회로 참가한 대단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향후 ‘국사’의 틀을 넘어 연계 중시의 미술사(Connecting Art Histories)에 대한 새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

 

 

집필: 양 유 글로리아

번역(翻訳): 윤재언 (원문은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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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유 글로리아 Yang Yu Gloria>

2015년 아쓰미재단 장학생. 2006년 베이징대 졸업. 2018년 콜롬비아대 미술사 박사 학위 취득.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방문연구원을 거쳐, 규슈대 인문과학연구원 광인문학코스 강사.

근현대 일본건축사 및 미술사 전문.